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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국] 제남(Jinan) 태산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은
사람이 제 아니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 '태산가', 양사언



어렸을때 엄마가 가르쳐주셔서 뜻도 모르던 시절부터 저 시조를 옹알옹알 외웠던 기억이 있는데, 출장으로 중국 제남(Jinan)을 방문했을때 바로 저 태산에 갈 기회가 생겼다. 사실 가기전까지만 해도 태산은 시조 속의 상상의 산으로만 생각했었는데, 감개가 무량하구나.

중국 제남은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약 2시간 거리이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않은 지역이라고(내가 몰랐으니) 생각했는데, 의외로 우리나라 대한항공 직항이 있다. 가을에 단풍구경으로 많이들 찾는 여행지라고 한다. 실제로 여행상품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산둥성에 위치하고 있고, 맥주로 유명한 청도(칭따오)와 고량주로 유명한 연태가 가깝다고 한다.(고속도로 표지판에서 자주볼 수 있다)

세미나 다음날, 우리는 가이드와 함께 버스에 올랐다. 한시간여(사실 버스에서 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를 달려 태산 근처 어느곳에 내렸다. (찾아보니 제남 시내에서 약 60km 정도 떨어져있다고 한다)


@중국, 제남, 태산 / 2015

가이드를 따라 내리니 벙커같이 생긴 콘크리트 건물들이 늘어서있다. 그런데 사람은 거의없고 황량하다. 아니 관광지 분위기가 왜이래.


 


이곳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산 입구까지 이동해야한다. 약 20분 쯤 바깥 풍경을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케이블카를 타는 곳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탄다.


대륙의 흔한 로프웨이 표지석.



사람이 거의 없어 기다리지 않고 케이블카에 탑승 했다. 일행들 모두 중국산 케이블카가 불안한 표정이다. 불안한 마음에 조그만 흔들거림에도 저절로 손잡이를 찾게된다.



케이블카는 꽤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상행 케이블카 오른쪽으로 비슷한 케이블이 보이는데, 그 케이블에는 작은 박스같은 것이 달려있었다. 짐 등을 옮기는데 사용하는 것이란다.



드디어 도착! 그런데 이 높은곳에 건물들이 수두룩하다! 와 이게 대륙의 기상인가. 태산위에 호텔, 상가, 식당을 다양하게도 지어놓았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제 관광객들이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한다. 차라리 한가할 때가 나았던것 같다. 저 '천가'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눈치게임이 벌어지다가, 프레임 안으로 그냥 밀고들어오는 중국인들 때문에 모두들 서로를 배경삼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드디어 눈앞으로 운해가 펼쳐진다. 구름이 눈아래에 위치하는듯 하다. 꽤 높이 올라왔다. 오묘한 하늘 색과 거친 산세가 어디선가 신선이 살 것만 같은 분위기다. 공자가 그 옛날 이곳에 올라 천하가 작다고 하였다고 할 만 하다.





마치 옛날 어디선가 봤을법 한 산수화의 한장면 같다. 눈앞에 있지만 그림같은 풍경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여행을 다니면서 날씨운이 참 좋은 편인데, 이날 역시 날씨가 너무 좋았다. 이날 긴바지를 입고 다녔음에도, 운동화와 바지 사이로 살짝 드러난 발등은 내 발이 아닌것 처럼 새카맣게 탈 정도였다.



난 이날 사람이 꽤 많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블로그들을 찾아보니 내가 갔을때보다 못해도 5배 이상 사람이 많아보인다. 운이 좋았다.



 

이 수많은 계단을 오르면 태산 정상에 도착한다. 태산이 원래 소원을 이뤄주는 산이라고 하여 태산을 오르며 한계단 한계단에 소원을 빈다고 하는데, 나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으니 이 계단들에라도 한계단 한계단 정성스레 소원을 빌어본다.



도교 사원인 벽사하. 태산의 여신인 벽하원군을 모신 사당이라고 한다.


 


정상부근에서 내려다본 벽하사. 저 멀리의 구름들과 어우러져있는 건물들.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다.


 

거대한 비석에 글귀들이 새겨져있는 대관봉. 오른쪽의 황금글씨가 당현종(양귀비의 남편)의 '기태산명'이라고 한다.




 

옥황정의 태산 정상을 나타내는 표식. 1545m 라고 한다.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담은 자물쇠를 수없이 채워두었다. 염원을 담아 이 높은 곳을 오른 모든 이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태산을 걸어서 올라오는 방법이 있는데, 저 아래까지 이어진 이 계단을 통해 걸어올라오면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얼마나 힘들지 올라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사진 저 뒷쪽까지 계단이 펼쳐져 있는데, 계단의 각도가 어찌나 가파른지 사진을 찍으려 내려다보는데 약간 아찔한 기분이 든다. 못해도 60도 정도는 되는듯.

 


산위쪽부터 안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가이드가 걸음을 재촉한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케이블카를 운행하지 않는단다. 그러면 우리는 아까 그 계단을 걸어 내려가야 한다고.. 일행 모두 발걸음이 빨라졌다.
 

 

다행히 케이블카에 탑승. 올라올때의 날씨와 확연히 다르다. 바람도 조금 세졌다.

 


점점 짙어지는 안개를 뚫고 케이블카가 내려간다. 역시 높은 산이라 순식간에 날씨가 바뀐다.



 


드디어 산 밑에 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톈외천 광장으로 왔다. 저 뒤로 높다란 산이 보인다.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는 바람에 태산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어려웠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아마 내 평생 한번도 태산이라는 곳을 가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산둥성 관광국 태산 홈페이지 http://www.taesan10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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