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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에 왔으니 근교도시인 론다를 가보기로 했다. 론다의 멋진 사진은 이미 여러차례 보았기에 기대감이 높았던데다, 워낙 다녀온 사람들이 꼭 가보라며 추천을 하는 곳이라, 세비야의 일정을 쪼개고 쪼개어 당일 일정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론다를 가기위해 아침일찍 호텔을 나서 세비야의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다행히 우리 호텔은 터미널 근처여서 걸어서 10분 내로 갈 수 있는 곳이었다. 표를 사고 버스가 출발하기 전, 약간의 시간이 남아 터미널에 위치한 카페에서 커피한잔을 하기로 했다.

 ※ 세비야에는 버스터미널이 여러군데가 있다. 론다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곳은 Est. Prado 라는 터미널이다.

 

 

우리는 테이크아웃을 하고싶었을 뿐이다


뜨거운 라떼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물론 테이크아웃으로. 멋지게 생긴 아저씨가 커피를 능숙하게 내리는 듯 싶더니, 웬 투명 플라스틱잔에 커피를 담는다. 응? 우린 Hot인데.. 하고 보니 뜨거운 음료다. 스페인은 뜨거운 음료를 왜 이런데 담아주지? 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사이 아저씨도 살짝은 당황한듯한 표정으로 커피를 우리 앞에 내려놓는다.


어.. 우리는 테이크아웃인데, 뚜껑 있나요? 했더니 없단다. 그리고는 미안했는지 쿨하게 은박지를 뜯어 투명컵 위에 덮어준다.


 

그것의 결과물은 이러하다. 우리는 자꾸 비집고 나오는 허탈한 웃음을 참으며 뜨거운 커피가 담긴 얇은 플라스틱 잔을 냅킨으로 감아잡고 버스가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다. 근데 버스엔 들고탈수 없단다. 그리하여 우리는 뜨거운 커피를 버스출발 직전까지 홀짝거리고 마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나서 탄 버스는 만석이었고, 우리는 남은 자리에 대충 떨어져 앉을 수 밖에 없었다. 그와중에 웬 중국인 커플은 버스안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싸우기 까지. 출발 전부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곳 사람들도 이탈리아 사람들 처럼 테이크아웃 보다는 매장에서 홀짝 마시고 가는것을 즐기는가 싶다. 그래서 테이크아웃 잔이 따로 없었을지도(라고 생각하고 싶다).


론다도 식후경

 

어찌어찌 버스를 타고 2시간여를 달려 론다에 도착했다. 날씨가 이렇게 좋을 수 없다.  하늘이 새파랗게 눈이 부실정도. 버스에서도 창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따가운 햇살로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 였다.


파란 하늘아래 위치한 론다의 투우장. 론다가 투우의 본고장이라고 한다. 이곳이 바로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투우장. 투우장 맞은편에 관광안내소가 자리잡고 있다.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터미널부터 관광안내소까지 줄지어 이동한다.

 

아침부터 먼길 움직였더니 슬슬 출출해진다. 론다도 식후경이렸다. 츄러스 맛집으로 알려진 ALBA에서 뜨거운 핫초코에 갓 튀긴 츄러스를 푹 찍어 허기를 달랜다. 초코의 달달함에 기운이 난다. 

 ▶ 론다 츄러스 맛집 Alba 

 

 

까마득한 협곡 위의 인간의 위대함

 

츄러스로 기운을 낸 우리는 드디어 론다를 대표하는 누에보다리를 만났다. 어마어마하게 깊은 협곡 사이에 어마어마한 다리를 만들어두었는데, 무려 18세기에 지은 다리란다. 지금까지 그 다리를 통해 사람과 자동차, 마차가 수없이 다녔음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다리 위에서 골짜기를 내려보며 사진을 찍는데 자칫 손에서 카메라를 떨어트릴것 같아서 심장이 두근두근 하다. 그래도 이 절경을 놓칠 수 없기에 카메라를 든 손에 힘을 주고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댔다. 사진 찍고 바라보고 감탄하고, 또 사진찍고 또 바라보고 또 감탄하고를 반복할 수 밖에 없는 절경이었다.

 

뜨거운 햇살 아래 절벽의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켜켜히 쌓인듯한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어딜 바라보아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멋지다. 깎아지른 절벽 끝에 매달리듯 자리잡은 하얀 집들도 그림같이 아름답다.

 

누에보 다리를 지나 마을로 들어선다. 론다를 그려놓은 타일 벽화를 만날 수 있는데, 가운데 협곡을 끼고 형성되어 있는 마을을 볼 수 있다. 스페인 답게 벽화도 타일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도 아기자기하고 너무나 예쁘게 생겼는데, 이곳을 다 둘러볼만큼 시간이 넉넉치 않아서 그저 사진만 찍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누에보 다리를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오면 작은 공원이 있고 작은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면 가까이에서 누에보다리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협곡이 120m에 달한다고 하는데, 18세기 그 옛날에 저 높은 다리를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다니, 보고있어도 여전히 믿기지 않기는 마찬가지. 인간의 위대한 능력에 감탄과 감동이 동시에 밀려온다.

 

역시 사람들이 론다를 추천하는데에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이렇게 멋진 누에보 다리와 이렇게 아름다운 주변 풍경을 보는 것 만으로도 론다에 올 이유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누군가 스페인 남부에 간다고 하면 론다를 꼭 가보라고 추천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바라본 론다 주변의 평원. 하늘이 너무나도 높다. 원근감이 사라진듯한 경관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이어진다.  

 

아쉽지만 곧 버스를 타고 세비야로 돌아갈 시간이다. 누에보 다리를 뒤로 하고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온다. 내려갈땐 좋았으나, 역시 오르막길은 힘들다. 더운 날씨에 목을 축일겸 공원 바로 앞 레스토랑에 들렀다.

 

그리고 역시나 이어지는 낮술. 1일 1샹그리아를 꾸준히 실천중이다. 이곳의 샹그리아에는 잘게 썬 사과가 들어간다. 등산(?)을 하고 온 터라 갈증에 시원한 샹그리아가 꿀꺽꿀꺽 잘도 넘어간다.

 

론다의 멋진 풍경을 뒤로 하고 다시 세비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올때보다 버스가 한가하여 창가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고 여유롭게 앉았다. 밖으로 펼쳐지는 안달루시아의 풍경 역시 너무나 아름다웠다.

 

  

 

 ▶ 론다 홈페이지 http://www.turismoderonda.es/catalogo/eng/puentenuevo.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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