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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스페인] 세비야에서는 플라멩코를 보아야한다

플라멩코(Flamenco)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통 춤과 음악으로, 세비야는 플라멩코의 발상지라고 한다. 우리가 플라멩코라고 하면 떠올려온 이미지는 정열적이고 화려함이었지만, 실제로는 집시들의 한과 고독함을 전통 민요와 춤으로 표현한 것으로 어떤 면에서는 우리나라의 한의 정서와 통하는 면이 있다고 한다.

 

[출처 http://www.flamencotickets.com/tablao-el-arenal-seville]

 

세비야에 왔으니 본고장에서의 플라멩코는 의무적(?)으로 보아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공연을 보기로 했다. 호텔 프론트에 물어봤더니 사람들이 많이 본다는 세가지 공연을 추천해주면서 가격과 각 공연 스타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는 전통적인 스타일에 가까운 공연으로 선택했고, 호텔을 통해 손쉽게 당일 공연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공연을 보면서 식사를 할까 했는데, 프론트 직원이 눈을 찡긋하며 알려준 팁은 모두 좋은 공연이기는 하지만, 좋은 레스토랑은 아니라는 것.

 

@스페인, 세비야 / 2015

우리가 선택한 공연. 알고보니 꽃할배에서 나왔던 그 공연이었다.

 

 

공연은 1부와 2부가 있는데, 1부는 19시 30분에, 2부는 21시 30분에 시작한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보러가기 위해 여유롭게 2부 공연으로 예약을 했다.

 

약간 일찍 도착했음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미리 와서 줄을 서 있었다. 줄 선 순서대로 입장하여 자리를 배정해주기 때문에 일찍 가서 줄을 선다면 안쪽 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다. 다만, 공연장이 그리 크지 않아 뒤쪽이라도 무대와 그리 멀지는 않다.

 

공연장 외벽에는 등장하는 무용수들의 사진이 붙어있다. 그 중 저 가운데 남자 무용수가 바로 꽃할배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춤을 추던 그 무용수이다. 사진만 보아도 무언가 애절함이 느껴진다.

 

공연장 내부. 꽃할배에서 보았던 익숙한 무대이다. 공연중에는 촬영 불가이다. 우리 자리는 저 기둥이 가리고 있어서 무대가 탁 트이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공연을 보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저 무대 바로 앞쪽으로 테이블이 있는데, 어느 블로그에 쓰여있기로는 춤추는 치마자락에 물컵이 날아갈 수도 있다고 했다. 어찌나 그 말이 웃기던지, 여자 무용수가 무대 앞쪽에서 옷을 펄럭일때마다 자꾸 그 장면이 상상되어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기본으로 음료 한잔을 제공해준다. 역시나 우리는 샹그리아를 선택했고, 덕분에 이날은 1일 2샹그리아를 달성하였다.

 

팜플렛에 무용수들의 열정적인 모습들이 나와있다. 아마도 저 남자 무용수가 이 공연장의 대표선수 인듯 하다.

 

[출처 http://www.ob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92905]

실제로 공연중에 본  남자 무용수는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될 정도로 격정적이고 열정적으로 발을 구르며 춤을 추었다. 마치 울것만 같은 애절한 표정으로 얼마나 온 힘을 다해 쉬지않고 온 몸을 움직이는지, 땀방울이 비오듯 쏟아졌다. 저러다 쓰러지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이런 격정적인 춤을 이끄는 반주는 4-5명정도의 남자들이 박수로 박자를 맞추면서 목소리와 기타만으로 화음을 넣는데, 그 목소리는 정말 구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강렬했다. 비록 말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그 눈빛과 목소리, 표정으로 많은 감정이 전달되는듯 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 모두 그들의 열정적인 공연에 큰 박수를 보냈다.

 

사실 개인적으로 한의 정서나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라, 약간의 의무감으로 보는 플라멩코 공연이 지루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꽃할배에서 플라멩코 공연에 할배들이 집시들의 한에 대해 말씀하시며 감동받은 모습을 보고도 크게 공감하지 못했었는데, 그러한 우려와는 달리 공연시간이 생각보다 짧았다고 느낄 만큼 나는 어느새 공연에 집중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의 슬픈 노래나 춤에 담긴 역사나 한의 정서를 모두 이해하기에는 나의 짧은 상식과 정서로는 어려웠으나, 그 공연에 출연한 출연자들의 열정적이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것 만으로도 감동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이래서 다들 스페인에 오면 플라멩코를 꼭 보라고 하는가 보다.

 

 

Calle Rodo, 7, 41001 Sevilla,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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