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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포르투갈] 세상의 끝, 호카곶(Cabo da Roca)에 서다

신트라에서 403번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리다보면 어느 마을의 좁은 도로를 달리다가 점차 높은 지대로 올라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는 창밖 저멀리로 탁 트인 푸른 전경이 확 펼쳐지는데, 그곳이 바로 그 옛날 사람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호카곶(Cabo da Roca)이다.

 


 

@ 포르투갈, 호카곶 / 2015

이곳이 호카곶임을 알려주는 십자가 탑.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자리 쟁탈전이 벌어진다.



십자가 탑에는 유럽의 땅끝임을 알리는 포르투갈 시인 카몽이스의 시 구절이 쓰여 있다.

AQUI

ONDE A TERRA SE ACABA

E O MAR COMECA

(CAMOES)

여기, 육지가 끝나는 곳이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이다.

(카몽이스)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이곳. 그야말로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그 경계를 알 수 없을 만큼 몽롱한 하늘빛과 바다빛에 넋을 잃게된다.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초현실적인 하늘과 바다의 모습은 내가 실제로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이다. 그 옛날 사람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니었을 듯 하다.

 

어쩜 저렇게도 광활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그림으로도 이렇게 표현하지 못하리.

그 옛날 이곳을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느꼈을 법한 벅찬 감정과 함께, 두려움을 무릅쓰고 저 바다를 향해 나아갔을 탐험가들의 용기가 뭉클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대서양을 내려다보는 빨간 등대. 그 옛날부터 저 멀리 바다에서 뭍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주는 가장 중요한 존재였을 것이다.

 

등대 앞쪽으로는 아찔하게 높은 절벽이 자리잡고 있다. 위에 있는 사람이 저렇게 작아보일 정도.

 

원래는 저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쳐놓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저 가까이 까지 가서 굳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온다. 앞에는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는데 용감하기도 하다.

 

뒤쪽으로는 너른 들판과 나즈막한 산이 세상의 끝과 마주하고 있다.  

 

어떻게 찍어도 그림같은 풍경. 그와중에 바람은 엄청나게 세고 춥다. 9월 말인데도 쌀쌀한 날씨와 센 바람에 눈에는 눈물이 고이지만, 그 풍경을 잠시라도 놓칠 새라 눈을 떼기가 어렵다.

 

들판에서 바라본 십자가탑. 무슨 풀인지 모르겠지만 무성하게 들판을 뒤덮고 있다.

 

우리는 호카곶을 바라보며, 신트라에서 사온 에그타르트를 먹었다. 바람이 하도 세서 에그타르트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사나울 정도였지만, 그 맛은 정말 맛있었다.

 

2016/01/04 - [여행] - [포르투갈] 포르투갈에서 먹어봐야 할 음식

 

 

이날 신트라를 들러 호카곶으로 오긴 했으나, 우리는 이번 이베리아 반도 여행의 공식적인 시작점을 이곳으로 정하였고, 그렇게 이베리아 반도의 서쪽끝 초현실주의적인 바다와 하늘에 둘러쌓여 화려하게 이번 여행이 시작되었다.

 

2016/01/03 - [여행] - [포르투갈/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의 하늘 (2015)

 

 

Estrada do Cabo da Roca s/n,2705-001 Colares,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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